간경변증, 침묵 속 진행되는 간질환…정기 검진과 원인 치료 중요
간경변증, 침묵 속 진행되는 간질환…정기 검진과 원인 치료 중요 간은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손상이 상당 부분 진행될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피로감이나 소화불량 같은 가벼운 증상으로 시작해 질환을 인지하지 못한 채 지나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원인과 관계없이 간 염증과 손상이 10~20년 이상 장기간 지속되면 간 조직이 굳어지는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간경변증은 간세포 손상이 만성적으로 반복되면서 간에 흉터가 쌓이는 섬유화가 진행되고, 이로 인해 간 전반에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흔히 ‘간경화’로 불린다. 정상 간 조직이 딱딱하게 변하면서 기능이 점차 저하되는 것이 특징이다. 권정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경변증은 단순히 간이 딱딱해지는 병이 아니라 간 전체 구조가 변하면서 혈류 흐름과 간 기능이 함께 나빠지는 질환이다”며 “간 내 주요 혈관인 문맥의 압력이 올라가 ‘간에 고혈압이 생기는 상태’로 이해하면 쉽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경변증으로 진행되면 치료하더라도 완전히 정상 간으로 되돌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가능한 한 간 기능을 유지하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치료 목표가 된다”며 “그 전 단계인 만성간염 상태에서 간질환을 발견하고 원인에 맞게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간경변증이 진행되면 간으로 유입되는 혈류가 원활하지 않아 문맥압이 상승하면서 복수나 식도, 위 정맥류 등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동시에 간 기능이 저하되면서 단백질 합성과 해독 작용에 문제가 생겨 황달, 간성 뇌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간암 발생 위험도 크게 증가한다. 국내에서 간경변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만성 B형 간염이다. 알코올성 간질환, 만성 C형 간염, 지방간염 등도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자가면역성 간염이나 유전 질환 등도 간경변증을 유발할 수 있고,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중요한 점은 원인이 무엇이든 만성적인 간 염증과 손상이 지속되면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정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알코올은 간경변증을 직접 유발할 뿐 아니라 기존 간질환을 빠르게 악화시키는 요인”이라며 “간경변증을 예방하고 진행을 늦추기 위해서는 원인 질환을 정확히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간경변증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질환이 진행되면 식욕 부진, 소화불량, 복부 불쾌감 등의 비특이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복수가 차면 복부 팽만감과 하지 부종이 발생하고, 심한 경우 호흡 곤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식도, 위 정맥류가 발생하면 출혈 위험이 높아지고, 말기에는 간성 뇌증으로 인한 의식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이 외에도 거미상 혈관종, 수장 홍반 등 피부 변화가 나타날 수 있고, 남성에서는 여성형 유방, 여성에서는 월경 이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진단은 혈액 검사와 영상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혈액 검사에서는 간 염증 수치 증가뿐 아니라 알부민 감소, 혈소판 감소, 빌리루빈 증가 등의 간 기능 이상 소견이 나타날 수 있다. 복부 초음파나 CT 검사를 통해 간의 형태 변화와 합병증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시 복수 천자를 통해 상태를 평가한다. 권정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많은 환자가 AST, ALT와 같은 간 염증 수치에만 관심을 갖지만, 간경변증 환자에서는 알부민, 빌리루빈, 혈소판, 혈액응고 기능 등 간 기능과 문맥압 상승을 반영하는 지표들이 훨씬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치료는 원인 질환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만성 B형·C형 간염의 경우 항바이러스 치료를 통해 질환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 반면 알코올성 간질환에서는 금주가 필수적이다. 다만 이미 진행된 간 섬유화를 되돌리는 치료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합병증 예방과 관리가 치료의 핵심이 된다. 질환이 말기까지 진행된 경우에는 간이식이 근본적인 치료 방법으로 고려된다. 간경변증은 진행될수록 다양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맥류 출혈, 복수, 간신증후군, 간성 뇌증 등은 상태에 따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또한 간암 발생 위험이 매우 높아져 정기적인 간암 감시검사가 필수적이다. 권정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경변증은 증상이 없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라 합병증이 발생한 이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며 “간질환 위험 요인이 있는 경우 정기적인 진료와 검사를 통해 간 상태를 확인하고 원인에 맞는 약물치료와 금주 관리가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202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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